십이지는 왜 열둘(12)일까? 12지에 담긴 이치

역학/12지|2019. 4. 3. 00:00

십이지(十二支)


십이지(十二支)라는 말은 조금 생소할지라도 열두 띠라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다. 띠는 사람이 태어난 해의 십이 지지(地支)에 열두 동물의 이름을 따로 붙여 이르는 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자연스레 ‘십이지=열두 띠=열두 동물’이라는 등식이 자리하고 있다. 


자(子-쥐)·축(丑-소)·인(寅-호랑이)·묘(卯-토끼)·진(辰-용)·사(巳-뱀)·오(午-말)·미(未-양)·신(申-원숭이)·유(酉-닭)·술(戌-개)·해(亥-돼지) 등이 그것이다.


십이지에 대한 관념은 동서양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지만 십이지를 동물로 배속한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이집트, 멕시코 정도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 인도에서는 호랑이 대신 사자, 닭 대신 공작새를 배속하고, 이집트에서는 산양·당나귀·게·고양이·악어·홍학·매 등이 들어가는 등 나라마다 제각기 특색이 있는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십이지는 인류의 보편적 문화이지만 열두 띠 동물은 각 민족의 특수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십이지에 담긴 하늘의 운행 이치


십이지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그 많은 숫자 중에서 왜 하필 ‘열둘(12)’일까 하는 점이다.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셈법의 수가 ‘열(10)’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더욱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이 점이 십이지에 담긴 근본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관건이 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1년에는 12삭망월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기인한다. 


초창기 인류에게 달은 그 자체가 한 달을 나타내는 시계였는데, 보름달이 그믐, 초승달을 지나 그 다음 보름달이 되는데 30일 정도 걸린다는 사실은 너무나 이해하기 쉬웠다. 그래서 모든 문화권에서는 1년을 12+α(윤)달로 배정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목성의 공전주기가 약 12년이라는 사실을 오랫동안의 천체 관측 결과 알아냈는데, 십이지의 수와도 일치하므로 십이지와 목성을 같이 연결지어 당해 연도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래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목성을 ‘한 해[歲]를 나타내는 별’이란 뜻으로 세성(歲星)이라 불렀다.


좀 어려운 이야기가 되었지만 십이지에 담긴 근본적인 의미는 하늘의 운행 이치인 천문(天文)과 연관된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옛날 사람들은 북두칠성의 각 일곱별에 열두 띠를 일일이 매겨서 가족과 자신의 소원과 무사안녕을 빌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북두칠성의 첫째 별은 쥐띠 사람, 자루 부분의 일곱째 별은 말띠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고 보호해주는 수호성이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민족의 보편적 정서가 담긴 십이지


열두 동물의 선정과 순서의 연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하루 중 그 시간에 대표적으로 활동하는 동물을 들어 표시했다거나 동물의 발가락 수로 순서를 정했다거나 고대 부족국가들에서 신성시하는 토템이었다는 견해 등이 그것이다. 


부여의 마가·우가·저가·구가 등의 부족 이름에 말·소·돼지·개가 나타나고, 우리 민족의 고유 놀이인 윷놀이에서 윷가락을 던져 나오는 끗수로서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가리키는 것도 십이지의 열두 동물과 상당 부분 연관성이 있다.


특히 열두 동물의 선택과 차례에 대해서는 가장 대표적으로 민간설화를 통해 널리 전해져 오고 있다. 아주 먼 옛날, 신께서 모든 짐승에게 “새해 첫날 아침 나에게 세배하러 오너라. 가장 먼저 오면 1등상을 주고 12등까지도 상을 내리겠노라.”하자, 도착한 동물 순서에 따라 열두 띠가 정해졌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에는 우직한 소, 영리한 쥐, 게으른 토끼 등 십이지에 대한 정서가 드러나 있다. 비록 꾸며낸 이야기긴 하지만 당시 사람들의 경험과 상상이 함께 어우러져 지어졌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십이지에 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쥐띠 사람’은 영리하다?… 성격·운세 점치는 십이지 문화


열두 동물로 표상되는 십이지 문화는 우리 민속문화 전반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띠에 따라 그 해에 태어난 사람의 성격이나 운세 따위를 점치기도 하는데 많은 부분이 그 띠에 해당하는 동물의 습성이나 외양 등과 관련이 있다. 


“범띠나 말띠 여자는 팔자가 사납다”거나 쥐띠 사람은 “영리하다, 다복하다” 등의 평가를 받는 것이 그 예이다.


요즘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올해는 무슨 띠의 해인가를 가려서 그 동물이 상징하는 좋은 의미와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경계해야 될 사항을 되새기며 한 해 동안의 행복과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쥐는 다복, 소는 근면, 호랑이는 용맹, 토끼는 지혜, 용은 변화, 뱀은 불사, 말은 활동, 양은 평화, 원숭이는 재주, 닭은 벼슬, 개는 순종, 돼지는 재물을 의미한다.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얻었으면 하는 바를 열두 동물이 해마다 차례로 가져다주길 바라는 마음이 소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십이지는 사람 간의 궁합이 좋고 나쁜 지를 보는 데도 활용되어오고 있다. 쥐는 양이 뿔난 것을 미워하고, 소는 말이 밭 갈지 않고 노는 것을 노여워하고, 호랑이는 닭의 부리가 짧은 것을 싫어하고, 토끼는 원숭이의 허리가 굽은 것을 원망하고, 용은 돼지의 얼굴이 검은 것을 미워하고, 뱀은 개의 짖는 소리에 놀라므로 서로 원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극(相剋) 관계에 있는 십이지 간 혼인은 꺼려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뱀띠는 개띠나 돼지띠와 혼인하면 서로 원망하는 관계가 되므로 부부지간에 평생 불화하여 생이별하지 않으면 사별한다는 등의 속신(俗信)도 항간에서 전해오고 있다.



  

나쁜 기운을 막는 수호신으로 역할


십이지는 열두 방위(方位)에도 각기 배정되었다.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십이지의 열두 동물은 자신이 주관하는 방향에서 오는 나쁜 기운을 막는 수호신의 역할도 하였다. 


통일신라시대 왕릉의 호석에 새겨진 십이지신상은 그 성격과 형태 면에서 중국식 십이지와 전혀 다르며 그 유물도 매우 풍부하다는 점이 이런 사실을 잘 말해 준다. 


성덕왕릉과 김유신 장군 묘의 호석 십이지신상이 대표적이다. 신라 귀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주 용강동 고분 안에서 출토된 청동제 십이지신상도 정북방의 자(子)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배치되어 무덤 주인을 열두 방위에서 수호하는 기능을 하였다.


“아리랑 고개는 열두 고개”란 전래 노랫말에서도 보듯이 십이지에 기원을 둔 ‘열둘(12)’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며, 십이지는 열두 띠로도 매겨져 오늘날까지 궁합·택일·운세 등 우리 민속신앙 분야에서 광범위하면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당일 운수가 좋지 않을 경우 사람들이 무심코 흔히 내뱉는 ‘오늘은 일진(日辰)이 사납다’는 말도 바로 십이지와 관련된 것이다.


십이지는 열두 개의 그냥 단순한 부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날짜·방위·색상·운수·동물·띠 등과 연계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일생의례와 민속신앙 등 우리 문화를 읽는 필수 부호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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