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수리의 이론과 역사적 배경

성명학|2019. 1. 17. 20:17

작명과 관련하여 흔히 하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있다. 몇 년 전에 작명을 했던 작명소에 가서 이름을 감명해 보니 작명가가 자기가 지은 이름을 보고 누가 이런 엉터리 이름을 지었냐고 하면서 개명을 해야 한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성명학은 그동안 민간에서 재야의 학인들에 의해 암암리에 그 이론이 형성되어 행하여져 오고 있었는데 10여 년전 공주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대학의 대학원에 동양학 관련 학과들이 개설된 이후로 여러 편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조금씩 체계를 잡아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성명학과 관련된 최초의 박사학위 논문까지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논문들 덕분에 성명학에 대한 여러 이론들에 대한 연구가 깊어졌고 이것들을 정리하는 계기가 된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대부분의 연구자들의 결론이 성명학에 대한 일관되고 통일된 원리적 타당성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론적인 자세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부단한 검증과 고증을 통해 이러한 목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작명의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81수리 이론”에 대한 검증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고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이를 적용하여 통계적으로 이론의 유용성을 검증해 보고자 한다. 


작명을 함에 있어 쓰고 싶은 글자가 있는데 81수리가 방해가 될 때 과감하게 이를 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애써 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81수리의 적용은 작명가라면 누구나 가벼이 다루기가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이것의 이론적 배경과 검증은 다른 것에 앞서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성명학이 까다로운 조건들을 요구하는 이유는 당연히 이름이 개인의 운명적 길흉과 성패에 영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명의 검증이 논리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이름 하나만으로 개인의 운명이 모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혹자는 운명에 대한 이름의 영향을 백분율로 말하기도 하지만 객관적, 문헌적 근거가 있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성명학 이론에서 그 사용을 금기시하고 있는 사항들이 적용된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면 어느 정도는 이론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소위 “81수리”는 성명학에서는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니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작명이라는 분야는 크게 보면 명리학의 한 분야에 속한다. 명리학이란 세속적인 인간 세상에서 한 개인의 부귀빈천(富貴貧賤)과 수요화복(壽夭禍福)을 논하는 것이다. 




작명수리의 이론적 배경


1) 작명법의 종류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성명학 이론은 크게 나누어 보면 수리 성명학, 음파 성명학, 주역 성명학, 괘상 성명학, 신살 성명학, 곡획 성명학, 구성 성명학, 자성 성명학, 측자파자 성명학, 풍수 작명법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또 혹자는 성명학의 종류가 30여 가지가 넘는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주를 분석하여 사주에 필요한 기운을 쓴다는 용신 성명학은 상식적으로 수긍되는 바 있지만 검증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사주팔자의 해석이라는 훨씬 더 복잡한 논란을 끌어들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신 성명학을 별개로 한다면 실제로 오늘날 작명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방법은 수리(數理) 성명학과 음령(音靈) 성명학이며 이에 덧붙여 한자의 자원오행을 중시하여 오행이 상생토록 하는 방법을 추가하는 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현대의 작명가들이 가장 중히 여기는 것이 81수리 길흉이다. 81수리는 여러 다양한 작명법의 공통분모라고 할 만큼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조건이 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어떤 작명가가 지은 이름을 다른 작명소에서 감명을 받는 경우에 가장 단순하게 확인이 가능한 요소로서 적어도 수리가 틀리는 것으로는 책(責)을 잡히지 않으려 하는 현실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 작명수리의 기원


오늘날 작명가들은 수리 성명학에서의 81수는 남송(南宋)시기의 구봉 채침(蔡沈)이 만든 81수를 시원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채침의 81수는 자연만물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한자(漢字)의 획수에 의하여 길흉을 나타내는 어떠한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성명의 한자 획수로서 운명을 예견하는 수리 성명학 이론을 최초로 발표한 일본의 성명학자 구마사기 겐오(熊崎健翁)마저도 그의 저서에서 “하도낙서는 바로 수(數)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1에서 9까지의 기본수는 영원히 변하지 않고, 절대 움직이지 않는 원리인 것이다.”라고만 하였을 뿐 남송 유학자 구봉 채침의 81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따라서 일본의 구마사기는 단순히 ‘81수’라는 숫자만 인용하여 수리 성명학을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즉, 채침의 수본론(數本論)·일실만분(一實萬分) 논리에 근거한 81수는 구구원수도(九九圓數圖)와 범수지도(範數之圖)등을 통하여 나타나 있는데 9를 궁극적이고 모든 존재의 본원적인 수로 여기고 세계의 구도에 대한 수학적 연역적 방식을 도출해 내었다. 


그 내용을 저술한 책이 홍범황극내편 5권이다. 그는 주역의 괘효상과 홍범의 구주에 입각하여 홍범의 수가 1을 바탕으로 하여 3이 되고 그 3을 바탕으로 9가 되며 또 그 9를 바탕으로 하여 81이 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고 여겼다. 채침은 “‘1(一)’은 ‘9(九)’의 조상이 되고 다시 ‘9(九)’는 81(八十一)의 근간이 된다. 이 ‘81’이 둥글게 되어 하늘 8이 되고 네모나게 되어 땅이 되며, 움직임으로써 사계절이 된다.”라고 하였다. 


이렇듯 채침의 81수 이론은 변화하는 자연의 원리를 숫자로 나타낸 것일 뿐 구마사기 겐오의 81수리와는 관계가 없다.


구마사기 수리성명학의 골자는 성명한자의 정자(正字)를 기반으로 성명의 획수를 산정한 후 그 성명에 연계된 1~81수의 유도에 의해 그 사람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보면서 성명을 천격(天格), 인격(人格), 지격(地格), 총격(總格), 외격(外格)의 5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획수로써 성명에 담긴 운명의 길흉을 판단하는 오격부상법(五格剖象法)을 창안하였다. 5가지의 격이 된 것은 일본인의 이름이 대개 4글자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이름이 ⒶⒷⒸⒹ의 4글자로 이루어졌다면 Ⓐ+Ⓑ=천격의 수리, Ⓑ+Ⓒ=인격의 수리, Ⓒ+Ⓓ=지격의 수리, Ⓐ+Ⓓ=외격의 수리, Ⓐ+Ⓑ+Ⓒ+Ⓓ=총격의 수리로 하여 천격은 선조 이래로 전승된 수로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인격의 수리와 대조하여 그 사람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있다 하고 인격은 성명이 사람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서 가장 중대하며, 근본적인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이론을 토대로 구마사기는 1928년에 오성각(五聖閣)이라는 일본 최초의 성명을 이용한 운명 감정이라는 영역을 개척하였다.


그런데 한국인의 이름은 시조(始祖)의 출신 지명에 따라 본관을 쓰고, 부계의 혈통에 따라 성(姓)을 쓰고, 남자의 경우 같은 혈족의 직계에서 갈라져 나간 계통 사이의 대수(代數)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항렬자로 명(名)을 써왔다. 


그러므로 사람의 이름자에 담긴 음양오행 등이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인식 또한 그리 없었다. 따라서 창씨개명이 강행되기 전인 193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운명론을 구실로 하는 일본식 수리 작명법이 전혀 통용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 성명학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일제의 창씨개명 정책 시행 이후이다. 식민지국으로서의 한국에 대한 소위 일본의 내선일체(內鮮一體)와 황국신민화 정책인 창씨개명은 1940년에 시행되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일본의 성명학자들이 한국에 진출하여 구마사기 성명학이 도입된 것이다.


81수리를 기본으로 하는 구마사기 작명법은 처음에는 오격부상법을 이용하였다. 4글자로 된 일본식 이름을 짓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방이 되어 다시 원래의 3글자 이름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작명가들은 기발한 논리를 개발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1이라는 가성수를 이름앞에 추가하여 오격부상법에 맞춘 것이었으며 아직도 이 방법으로 이름을 짓는 법을 설명하는 책이 존재하고 있으며 당연히 일부 작명가 들에 의해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성수를 더하여 만든 변형된 오격부상법을 쓰는 사람들은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그 대신 이름 3자를 가지고 원형이정이라는 4가지 격을 잡아 81수를 대입하여 길수만을 취하는 방법을 대부분 쓰고 있다.


이 방법은 ⒶⒷⒸ(Ⓐ가 姓)라는 3자로 구성된 이름이 있을 경우, 주역의 원형이정의 개념을 도입하여 초년을 나타내는 원격을 Ⓑ+Ⓒ로 하고 중년을 나타내는 형격을 Ⓐ+Ⓑ, 그리고 장년을 나타내는 이격을 Ⓐ+Ⓒ, 그리고 말년을 포함하여 인생의 총운을 나타내는 정격을 Ⓐ+Ⓑ+Ⓒ로 하여 각각의 수로 길흉을 논하는 것이다. 


외자 이름이나 성이 2자(字)인 경우에도 각각 그 계산 방식이 따로 있는데 그것이 어떤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왕 작명을 할 바에는 4격의 수리를 모두 길격으로 맞춘다는 것이 일반적 추세이다. 각 숫자에 대한 길흉의 상세한 내용은 사용되고 있는 몇 가지 버전이 있지만 대체로 어느 숫자가 길한가 흉한가에 있어서는 일치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체로 양(陽)의 숫자인 홀수가 음(陰)의 숫자인 짝수 보다 길수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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